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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A day's walk (1) Jean Michel Othoniel




ELLE-girl 2011/NOV : A day's walk (1) Jean Michel Othoniel.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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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0:00



 Jean Michel Othoniel 전시를 보러 시청에 있는 Plateau 로 향했다. (Plateau 는 원래 로댕갤러리)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전시장은 아침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아름다웠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파란색 유리구슬인지 목걸이인지 혹은 DNA 유전자 구조를 형상화한 것 인지 모를 거대한 설치물이었다. 라캉의 매듭 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가장 최신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미러 글라스라는 일종의 유리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원래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데다가 아침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전시장 안에 있으니 더욱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던 로댕의 지옥의 문과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이전에 했던 퐁피두 센터 전시에서는 관람객들과 조화로이 어울릴 수 있도록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었으나, 서울 회고전에서는 죽음과 관계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 공간과의 조화를 위해 마치 현실 세계와 거리를 두듯이 조금은 위쪽에 설치를 했다고 한다. 미러글라스를 이용해 제작한 구슬들이 여러개 이어져 있는 속에 비치는 연속해서 반사되며 만들어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품에 대한 생각들에서 점점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로 옮겨져 오랜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주었다. 작품을 통해서 관람객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과 대상, 대중과의 조화를 이루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인이 칠해진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소원을 비는 벽'. 벽에 긁은 상처들과 바닥에 버려진 수많은 성냥개비들을로 남겨진 많은 사람들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는데, 나 역시도 소원을 빌기 위해 성냥개비를 들고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소원을 생각해내는 그 짧은 순간에 나의 삶과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 누군가도 이 벽 앞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잠깐동안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며 기도했겠지.. 라는 생각을 하자 왠지 짠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최신 작품들과는 다르긴 했지만 비슷한 맥락을 띄고있긴 했다. 그냥 보기에는 색깔이나 형태가 아름답지만, 가까이 들어가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들을 보면 조금 불편한 진실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있는 상처나 소외, 아픔들을 직시하게 된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보고 와 예쁘다 했던 빨간색의 추상화는 과일인가? 화산섬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지만 알고보니 '유두회화' 였고, 하얀 커튼에 구멍이 뚫려있고 색색의 자수가 놓여있어 예뻤던 작품은 'Glory hole' 이라는 작품으로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게이들이 소변보는 모습을 훔쳐보거나 키스를 하거나 하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던 커튼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어쩔줄 몰라하다가도 어딘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성적인 의미로만 생각할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글로리 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완벽하게 커튼 뒤에 숨겨져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그 구멍으로 누군가에게 훔쳐봄당하고있다는걸 모른채.


 다음 방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유리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가 되는데,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유리로된 오브제들은 열대식충식물을 떠올리게도 했고, 성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상처나거나 찌그러져 버려지는 유리들도 사용을 했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상처나고 버려진. 정상이 아닌 것들도 모두 끌어 안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 전반적인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느낌이 그러하다. 굉장히 장식적이고 아름답지만 무언가 슬프고 아프다. 그러면서 완전하지 않은 존재인 나도 그 품 속에 안기는 듯한 위안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놀랍다 느낀 것은 작가가 본인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의 내면적인 소통을 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제작한 1000개의 빨간 목걸이를 나누어주고, 그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받아 영상을 만든다던가, 작가가 찍은 여행 사진을 관람객 각자의 선택에 따라 랜덤으로 재생되도록 만들어 각자 다른 여행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던가, 종이에 그려진 코드를 앞에 있는 웹캠에 비추면 작가의 설치물이 입체로 모니터 화면에 나오도록 만든다던가 하는 새로운 경험에 녹아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거부감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남녀노소 모두 경험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작가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프로젝터 룸에서 나와 밝은 빛이 가득한 전시장으로 돌아오니 작품들이 더 반짝거리는 것 같아 보였다. 거대한 주판같이 생겨서 행복한 날에는 하얀색 막대에, 슬픈 날에는 검정색으로 칠해진 막대쪽으로 구슬을 옮겨놓는 <행복의 일기>와 색색깔의 별, 하트, 목걸이, 사람 모양의 모형들이 담긴 유리병이 가득 늘어놓아져있는 <눈물들> 이라는 작품을 보며 나는 설명해주신 직원분에게 '작가 분이 참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가지신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렵지 않았다. 그냥 마음으로 느껴지는 보편적인 느낌이 있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소유하고만 싶은 (하지만 그 자체로 소유할 수는 없는) 지나간 추억들의 대체물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오브제들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은 관람객들 각자마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나의 침대>는 동화속 나라의 공주님의 침대를 보는 듯 했지만, 초기 작들을 보고 난 후에 보니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동글동글한 고리들과 분홍색 이불같은 물질 위에 놓여진 빨간 동그라미들.. 침대 옆에 걸려있는 파란 커튼도 자세히 보면 글로리 홀처럼 구멍이 뚫려있었고, 단순히 예쁘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성적인 기호들을 많이 읽어낼 수 있었다. 작가는 비록 세상은 그리 행복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작품을 통해 꿈꿀 수 있도록, 현대 사회 속에서 동화적 판타지를 재현하고싶은 마음으로 이런 작품들을 제작했다고 들었다. 작가의 의도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은밀하긴 하지만) 포근하게 안겨 쉴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나와 보니 <라캉의 매듭> 이 새롭게 느껴졌다.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상호 의존성을 형상화 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느껴진 것은 그런 이론적인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개인사적이고, 그러나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맞닿아있다는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상실의 고통이나 상처들로 작품들이 시작되었다 하여도, 점점 그 의미가 확대되어 모든 사람들의 상처나 내면의 비극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그냥 전시를 봐도 무방하지만 오토니엘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시 설명 프로그램을 들으며 관람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작품이 품고있는, 또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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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girl 11월호에 실린 
'산책' 칼럼의 원본 글 입니다.
 
총 2편으로 나누어 올릴 예정입니다.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주신 
플라토 직원분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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